중세 유럽 꿈

dream/inside 2014. 4. 28. 22:05


르네상스 이전의 유럽이었고, 나는 스페인이라고 생각했다. 전염병(깨고 나서 생각하니 흑사병이다) 으로 인구는 급감한 상태에 땅은 메마르고 물은 썩고 너나할 것 없이 굶주려 인심은 더없이 흉흉했다. 아니, 다들 사람이기를 포기한 상태였다.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덮치는 것이 별로 놀랍지 않은 시기였다. 


여자 하나가 달리고 있었다. 원래는 귀족 출신이지만 이미 그런 건 의미가 없는 사회였다. 한 무리의 남자들이 여자의 뒤를 쫓았다. 시체가 나뒹구는 뒷골목의 폐가 사이사이를 필사적으로 달리며 추격을 따돌리려 했지만 남자들은 여자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기세였다. 


그러다 골목 구석의 어느 집에 들어갔다. 안에는 남루한 행색의 삐쩍 마른 소년이 있었다. 여자는 이제 다 틀렸으니 그냥 여기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했다. 어차피 먹을 것도 없고 돌아갈 곳도 없으니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절규했다. 


소년은 여자에게 자신이 아는 곳이 있다고,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여자는 놀라서 소년에게 먹을 것이 있냐고 물었다. 소년은 "말 한 마리 정도는 먹을 수 있겠죠." 라고 했다. 여자는 희망을 품고 소년을 따라 나섰다. 추적이 다시 시작되었지만 소년은 골목을 익숙하게 누벼 어느 헛간 같은 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에는 노파가 있었다. 소년과 여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문을 걸어잠갔다. 노파는 여자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말 한 마리가 먹을 만큼은 나오겠군." 노파의 손에는 푸줏간에서 쓰는 칼이 들려있었고, 여자는 그제야 자신이 '말 먹이'로 끌려왔음을 깨달았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했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문을 필사적으로 긁어대는 여자의 등에 칼이 꽂히는 것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와씨, 역시 로알드 달이야. 반전 쩌는데!"


그리고 잠에서 깼다. 물론 로알드 달은 (내가 아는 한) 저런 단편 쓴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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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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